들어가며

의료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질문은 대개 비슷합니다. “정확도가 얼마나 높은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판독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그러나 의료인공지능이 실제 의료현장에 도입되고, 병원이 제품을 구매하며, 정부나 보험자가 수가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 기술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만들며, 그 가치에 대한 비용은 누가 지불해야 하는가?

의료인공지능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지불 주체가 분명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기 어렵습니다. 진단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정부가 수가를 지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진의 업무시간을 줄여주는 제품이라면 병원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고,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거나 국가 전체의 의료비를 줄이는 기술이라면 정부와 보험자가 지불할 근거가 생깁니다. 반대로 환자의 편의성만을 높이는 서비스라면 환자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더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의료인공지능의 경제적 가치는 하나의 숫자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의 정확도, 의료진의 업무 효율, 환자의 건강 결과, 의료기관의 수익, 보험자의 지출, 국가의 질병부담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는 효율적인 기술이 국가에는 추가 의료비를 발생시키는 기술일 수 있고, 환자에게 유용한 기술이 의료기관에는 별다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의료인공지능이 의료진의 생산성을 높이면 의료비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의사가 더 많은 영상을 판독하고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면, 의료서비스의 단위당 비용이 낮아질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료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총비용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처리할 수 있는 검사와 환자의 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판독료가 발생하고, 더 많은 이상 소견이 발견되며, 그에 따라 추가 검사와 치료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의료인공지능은 의료비를 낮추기보다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소비를 동시에 확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가 왜 다른 산업보다 생산성 향상이 어려운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경제학 이론이 Baumol의 비용병(Baumol’s Cost Disease)입니다. Baumol의 이론은 의료처럼 인간의 노동과 시간이 핵심 투입요소인 산업에서, 경제가 성장할수록 비용이 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의료인공지능은 이러한 생산성 정체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의료비가 감소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의료인공지능의 경제성을 평가하려면 “얼마나 빠른가”뿐 아니라 “무엇을 변화시키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판독시간을 줄이는지,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지, 치료 개시를 앞당기는지, 사망과 장애를 줄이는지, 불필요한 검사와 입원을 감소시키는지에 따라 기술의 가치와 지불 주체는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정량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QALY, WTP, 비용효과성, 질병부담과 같은 예방의학 및 보건경제학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Baumol의 비용병에서 출발하여 의료인공지능이 의료의 생산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산성 향상이 왜 반드시 국가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그리고 의료인공지능의 다양한 가치에 대해 병원·환자·정부 중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의료인공지능의 수가와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왜 공학과 임상의학뿐 아니라 예방의학과 보건경제학을 함께 공부해야 하는지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Baumol의 비용병(Baumol’s Cost Disease) 이론

의료의 필연적인 생산성 정체

1966년, 미국의 경제학자 William J. Baumol은 Baumol’s cost disease라는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는

생산성이 잘 오르지 않는 산업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

는 것입니다.

2026년의 반도체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은 1970년대의 반도체, 자동차 산업에 비해서 생산성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의사의 진료는 그렇지 않습니다. 1970년대 외래 시간을 예를 들어 20분이라고 했을 때, 2026년의 외래 시간이 10배, 100배 향상되었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PPPD (Pylorus Preserving Pancreaticoduodectomy)는 제가 학생때 실습하며 참관했던 가장 길었던 수술인데, 당시에 6시간 정도가 걸렸었습니다. 그렇다고 1970년대에 PPPD가 처음 나왔을 때(1978년) 60-120시간이 걸렸냐? 는 아닙니다. 더 나아가서 Whipple 수술이 60시간이 걸렸던 적은 없었던 것처럼, 의료는 기본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어려운 분야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경제가 성장함에 따른 경제 전반 인건비의 상승, 신기술의 등장, 고비용 기술의 발명, 물가의 상승은 의료비를 상승시키는 원인들이지만 이를 상쇄할만큼 의료진의 생산성이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의료의 생산성을 단순히 진료 건수나 수술 시간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동일한 시간에 더 안전하고 복잡한 치료를 제공하고 더 나은 생존 결과를 달성하는 것 역시 의료의 생산성 향상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의 생산성 정체는 의료가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의료진의 노동시간을 단순히 기계로 대체하거나 산출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의료인공지능의 생산성 향상 가능성

의료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처음으로 Baumol이 설명했던 의료의 생산성 정체를 일부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의료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의사가 수행하는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보조하는 기술입니다. 대표적으로 흉부 CT에서는 폐결절을 자동으로 검출하고, 응급 CT에서는 출혈 여부를 우선적으로 표시하며, 폐암검진에서는 정상 소견 환자를 우선 선별하거나 의심 병변을 미리 제시함으로써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부담을 줄여줍니다. 병리에서는 슬라이드를 사전 분석하고, 심전도에서는 이상 소견을 자동으로 탐지하며, 진료실에서는 생성형 AI가 의무기록을 자동 작성하는 등 의료 전반에서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의료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입니다. 다만 제품의 종류에 따라 진단 정확도 향상, 치료 지연 감소, 환자 예후 개선 또는 불필요한 의료이용 감소가 더 핵심적인 가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영상 판독 시간을 20% 단축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히 판독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하루 동안 더 많은 검사를 처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의료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지 않고도 의료 서비스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의료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의료는 환자의 병력 청취, 신체 진찰, 검사 결과의 종합적 해석, 환자 및 보호자와의 의사소통,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최종 의사결정 등 인간의 판단이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현재의 의료인공지능은 이러한 과정을 대신하기보다 반복적이고 표준화 가능한 업무를 줄여 의료진이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생산성 도구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은 의료비 구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지금까지 의료비 상승은 일정 부분 Baumol의 비용병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즉, 의료는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지 않는 반면 의료진의 임금은 경제 성장과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의료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료인공지능이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동일한 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된다면, 비용 증가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다시 말해 의료인공지능은 의료의 비용병을 해결하는 기술이라기보다, 비용병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최초의 기술적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의료진의 임금이 높은 국가에서는 AI가 절감하는 시간의 화폐가치가 크기 때문에 병원 차원의 투자수익률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의료인력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직접적인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작더라도, 제한된 전문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접근성의 가치가 더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AI의 경제적 가치는 국가의 임금 수준뿐 아니라 인력 부족, 의료접근성, 지불제도와 의료인프라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소득 선진국에서 의료인공지능이 활성화 된 것은 이러한 영향이 일부 가미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고소득 국가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시간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판독 시간을 몇 분만 단축해도 병원과 보험자 입장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합니다.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동일한 AI가 제공하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더라도 절감되는 인건비 자체가 작아 투자수익률(ROI)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Baumol의 비용병 이론에 대한 오해

앞 단락에서 일부러 애매한 표현들인 “있을 것도 같습니다” 라던가 “생각하기 쉽습니다”라는 표현들을 사용했습니다. 그런 표현들을 사용한 이유는 사실은 그러한 생각들은 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행위별수가제를 중심으로 의료기관을 보상하는 체계에서는 검사와 진료 건수가 증가할수록 의료기관의 수입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역시 전통적인 행위별수가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포괄지불과 가치기반 지불제도가 함께 운영되고 있어 의료AI의 경제적 효과는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루에 100건 찍고 판독할 수 있는 기관에서 의료인공지능을 도입하면, 하루에 150건을 판독할 수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더 많은 판독료, 더 많은 질환의 발견으로 말미암은 더 많은 추가 검사, 더 많은 진단, 더 많은 치료까지 의료비는 더욱이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Baumol의 비용병 이론의 statement를 다시 봅시다.

생산성이 잘 오르지 않는 산업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

가정은

생산성이 잘 오르지 않는 산업은

입니다.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 → 경제가 성장할수록 비용이 증가한다” 논리구조인 것이지, “생산성이 오른다 → 비용이 감소한다” 구조가 아닙니다. Baumol은 생산성이 잘 오르는 산업에 대해 언급한적이 없습니다. 의료인공지능이 의료진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서 국가 전체의 의료비가 자동으로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한 건의 진료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을 줄여 단위비용을 낮추더라도, 증가한 진료 역량이 더 많은 검사와 치료로 이어지면 총의료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행위의 양에 따라 보상받는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진료량 증가로 연결될 유인이 큽니다. 반면 총액예산, 포괄수가제 또는 성과, 가치 기반 지불제도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비용 절감이나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의료AI가 총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은 기술 자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도입되는 지불제도와 의료전달체계에 의해 달라집니다. 계약형 의료비지급방식(한국), 보상형 의료비지급방식(미국)을 채택하는 나라에서 기를 쓰고 비용-효과성(cost-effectiveness)를 증명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비용효과성 평가는 의료비를 무조건 줄이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제한된 재원 안에서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이 그만큼의 건강 개선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의료비가 증가하더라도 충분한 생존기간이나 삶의 질 향상을 얻을 수 있다면 비용효과적인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용이 크지 않더라도 건강 개선이 거의 없다면 비용효과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비용효과성과 재정영향은 구분해야 합니다. 비용효과성은 ‘추가 비용에 비해 추가 건강성과가 충분한가’를 묻고, 재정영향은 ‘이 기술을 실제로 전체 대상자에게 적용했을 때 보험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의료인공지능의 지불 주체 - 의료인공지능의 다면적 가치평가

사실, 의료인공지능의 지불 주체를 평가하려면 다면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다섯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봅시다.

  1. 진단 정확도 향상
  2. 의료진/의료기관의 효율 향상
  3. 환자 예후 향상
  4. 거시적(국가적) 의료비 감소
  5. 환자의 편의성 향상

이들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 각각에 대해서 얼마나 제품이 충족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설명을 좀 하자면,

  1. 진단 정확도 향상
    1. 진단 정확도가 증가하여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애매합니다. 진단이 정확해져서 예후가 좋아진다면 국민 공공 보건 향상이라는 명목 하에 정부가 지불을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정확도가 증가했다고 환자 예후가 좋아지지는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건 바이 건으로 지불 주체를 설정해야 합니다.
    2. 예를 들어, 뇌졸중이나 뇌출혈처럼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환자의 예후(사망률 혹은 후유증)를 향상키는 경우에는 정부가 지불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3. 하지만 암 진단을 몇 시간, 혹은 며칠 빠르게 당긴다는 정도로는 환자의 예후가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환자 혹은 의사/병원이 지불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2. 의료진/의료기관의 효율 향상
    1. 이것은 명백하게 지불 주체가 의사나 병원이 되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Baumol의 비용병 이론에서 살펴보았듯 효율이 향상되면 전체적인 거시적 의료비는 증가하여 국가는 의료에 소비를 더 하는 반면 의사나 병원은 수입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의료진이나 병원이 지불을 하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3. 환자 예후 향상
    1. 이것은 정부가 지불의 주체가 되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국민 공중 보건의 향상이 정부 정책의 한 축이기 때문에 환자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질병이 완치될 수 있다면 정부가 지출을 하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4. 거시적(국가적) 의료비 감소
    1. 당연히 정부가 지불의 주체가 되어야 하겠지요.
  5. 환자의 편의성 향상
    1. 이것은 환자가 지출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예를 들어 검사 결과지 해석을 도와주는 챗봇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예후도, 효율도, 의료비도 좋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정부가 지불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 바로 수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펴보았듯,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을 따져가기에는 의료는 이해당사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의료인공지능도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습니다.

예방의학의 중요성 - 의대생 선생님들, 그리고 산업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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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의 뇌출혈 신속 진단 소프트웨어인 NeuroCAD가 혁신의료기술 통합심사를 받은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당시 저는 NeuroCAD TFT에 참여하면서 제품의 정확도와 진단 보조 성능뿐 아니라, 뇌출혈의 질병부담과 조기진단의 경제적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논거를 마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QALY와 WTP를 활용해 뇌출혈로 인한 건강 손실을 화폐가치로 환산했습니다.

관련 문헌에서는 뇌출혈 환자 1명이 평생에 걸쳐 잃는 건강 수준을 약 6.2 QALYs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와 연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 QALY의 건강 개선에 대한 지불의사액을 약 4,500만 원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뇌출혈 환자 1인당 건강 손실의 화폐가치는 약 2억 8천만 원으로 추산됩니다.

물론 이 금액이 곧바로 NeuroCAD의 사용가치나 적정 수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약 2억 8천만 원은 뇌출혈이라는 질환 자체가 초래하는 전체 건강 손실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수치입니다. NeuroCAD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이 손실 가운데 어느 정도를 실제로 예방할 수 있는지를 추가로 입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NeuroCAD가 영상 판독과 응급환자 분류를 앞당기고, 치료 개시 시간을 단축하여 사망이나 중증 장애의 발생을 줄인다면, 그 결과 보존되는 QALY가 NeuroCAD의 임상적, 경제적 가치가 됩니다. 보건경제학적으로는 NeuroCAD 사용으로 추가 확보되는 QALY에 1 QALY당 지불의사액을 곱한 뒤, 소프트웨어 도입비와 추가 검사·치료비를 차감한 순화폐편익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뇌출혈의 부담이 얼마나 큰가’뿐 아니라 ‘NeuroCAD가 기존 진료와 비교해 그 부담을 실제로 얼마나 줄이는가’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결국 의료AI의 수가를 설득하는 핵심 질문은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얼마나 높은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기존 진료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의료진의 제한된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하는가”, “그 결과 환자의 건강 손실과 사회적 부담을 얼마나 줄이는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의료AI를 개발하고 사업화하려면 공학과 임상의학뿐 아니라, 예방의학과 보건경제학을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료AI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Baumol의 비용병에 대응하고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료인공지능은 의료서비스의 단위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총의료비를 줄이지는 않습니다. 의료AI의 경제적 가치는 어떤 의료행위를 변화시키고, 그 가치가 누구에게 귀속되며, 어떠한 지불제도 안에서 보상받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