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의료 AI를 하다 보면 비슷하게 생긴 약어를 계속 마주치게 됩니다. SaMD, SaaS,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등장한 SaMS까지. 문제는 이 용어들이 서로 다른 층위에 있는데도 대화 속에서 자꾸 섞인다는 점입니다. 같은 논의에서 누군가 “우리 제품은 SaaS입니다”라고 말할 때, 사업개발 담당자는 구독형 판매 모델을 떠올리고 상환(reimbursement) 담당자는 CMS의 알고리즘 서비스 지불 범주를 떠올립니다. 둘 다 틀리지 않았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2026년 7월 공개된 CMS의 CY2027 Physician Fee Schedule 제안규칙(proposed rule)은 이 혼선을 정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기존에 쓰던 Software as a Service (SaaS)라는 표현을 Software as a Medical Service (SaMS)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제안규칙을 읽어보면, 단순한 명칭 정리 이상의 것이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SaMD가 무엇인지 짚고, CMS가 왜 SaaS를 버리고 SaMS를 택했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의료 AI를 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SaMD

2013년 IMDRF (International Medical Device Regulators Forum)에서 정의된 용어로, FDA가 이를 채택해서 현재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되는 제품들입니다. 정의는

하드웨어 의료기기의 일부가 아니면서, 하나 이상의 의료 목적을 수행하도록 의도된 소프트웨어 (Software intended to be used for one or more medical purposes that perform these purposes without being part of a hardware medical device)

Software in the Medical Device (SiMD)와 구분할 필요성이 있는데, SiMD는 하드웨어 기기에 내장되어 그 기기를 구동/제어하는 소프트웨어로, 심박동기를 제어하거나 CT 스캐너의 재구성 (reconstruction) 알고리즘 등이 해당됩니다. 좀 헷갈리는데, 개발쪽 용어로 언급하면 하드웨어를 제어하지 않는 3rd party software이 대충 다 SaMD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SaMD는 510(k), De Novo, PMA 등의 FDA 규제를 받으며 의료기기 분류일 뿐 실제로 수가 청구와는 직접적이지는 않습니다..

SaaS? SaMS!

CMS는 CY2027 PFS 제안규칙에서 Software as a Service (SaaS)를 Software as a Medical Service (SaMS)로 변경하기를 제안하였습니다. 이는 의료 외 타 산업의 Software as a Service가 클라우드 컴퓨팅 용어와 혼동되었기 때문에 Software as a Medical Service로 이름을 변경한 것인데요, 단순히 이름을 변경한 것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SaMS의 대상은 알고리즘 분석으로 임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였습니다. 예를 들어 CDS, 임상 위험도 모델링, CAD와 같은 것들을 포함하는 것이지요. 단, “임상 의사결정의 지원”이라는 범위에 PDT (Prescribed Digital Therapeutics), RTM (Remote Therapeutic Monitoring), RPM (Remote Patient Monitoring)과 같은 것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치료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기들이기 때문이지요.

앞서 말한 “상당히 많은 변화”라는 것은, 특히나 검사실향 소프트웨어들입니다. 본문에도 나와 있듯, 유전체 시퀀싱과 같은 것은 한 번만 시퀀싱을 하면 무한히 분석 소프트웨어를 돌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SaMS는 2차, 독립형 알고리즘 분석들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42 CFR 493.2상 분석 소프트웨어가 “인체 유래 물질 검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적 해석입니다.

따라서 CMS는 임상검사수가(CLFS; Clinical Lab Fee Schedule)를 의사수가(PFS; Physician Fee Schedule)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즉, 다음과 같은 쟁점들을 열거한 것이 CMS의 논리입니다:

  • 2차 분석은 “기타 진단 검사”에 해당되지 “진단 검사실 검사”가 아니다.
  • 소프트웨어와 머신만 있으면 어디서나 분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검사실의 인증이 불필요하다.
  • NGS나 RT-PCR 등과 같은 검사실 방법론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순수 소프트웨어에 부적절하다.
  • CLFS는 본인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투명성이나 적정가치에 대한 담보가 힘들다.

  • 따라서 영상의학적 알고리즘이든 검사실 데이터 알고리즘이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

이러한 논리를 펼치며 CLFS에서 지불 중인 10개의 HCPCS 코드를 PFS 아래의 contractor pricing으로 이관을 제안하였습니다.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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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잘 살펴보면, CPT descriptor에 검사실 방법 기재 없이 컴퓨터 코드만 기술된 코드들입니다. 예를 들어, 0510U HCPCS 코드를 살펴보면

종양학(췌장암), 이전에 시퀀싱 되었던 RNA whole transcriptome data에서 16개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증강형 알고리즘 수행으로, 예측된 분자 아형을 확률로 보고.

와 같습니다. 명백히 검사에 대한 수가가 아니라 분석에 대한 수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목할 지점으로는, CMS가 “CT 스캔의 알고리즘 분석”을 명시적 예로 들며, 영상의학 AI는 이미 PFS SaMS 경로 하에 있는 reference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헷갈리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이 변경은 영상 AI 수가를 바꾸는 것이 절대로 아니며, 검사실 데이터에서 획득된 알고리즘들을 영상 AI 수가에 확장시키는 방향입니다. 다만, contractor pricing은 전국 단위에서 단일 수가가 아니며, MAC별 재량 가격이라 얼마로 픽스되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PFS로 오면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는 것이 미국의 보험 구조입ㄴ다. 환자도 AI 분석에 돈을 일정 부분 내게 되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변경점을 세 개로 나누면,

  1. 명칭이 바뀜 (SaaS → SaMS)
  2. 실질이 바뀜 (검사실 검사에 대해 수행되는 SaMS들이 CLFS → PFS로 이관됨)
  3. 개념이 바뀜 (SaMS가 영상의학 검사에 대한 알고리즘 분석을 하든 검사실 검사 데이터를 2차 알고리즘 분석 하든 모든 알고리즘 분석을 일관되게 취급하겠다는 의지)

SaMD vs SaMS

좀 헷갈리기 시작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SaMD와 SaMS와의 차이점을 나열해봤습니다.

  • 출처
    • SaMD: FDA가 채택한 정의. 기존에 있는 정의
    • SaMS: CMS가 CY2027에서 신설을 제안한 개념
  • 성격
    • SaMD: 규제 분류. 의료기기 여부를 결정함.
    • SaMS: 지불 분류. 어느 수가체계로 지불할 것인가.
  • 판단 기준
    • SaMD: 하드웨어의 일부가 아니면서 독립적으로 의료 목적을 수행하는가
    • SaMS: 알고리즘 분석으로 임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서비스인가.
  • 결론적으로 유발하는 제도
    • SaMD: 510(k), De Novo, PMA, QMS, 시판 후 관리
    • SaMS: PFS vs CLFS vs OPPS, HCPCS 코드, Contractor pricing
  • 치료 포함 여부
    • SaMD: 디지털치료기기도 SaMD이므로 포함함.
    • SaMS: 치료 목적의 기기는 SaMS가 아님.
  • 의료기기인가?
    • SaMD: 정의상 의료기기 (MD)
    • SaMS: 일부는 FDA의 규제를 받는 의료기기가 될 수 있지만 반드시는 아님.

결론적으로, 한 제품이 동시에 SaMD이며 SaMS일 수 있습니다. 즉, 510(k)를 받고(SaMD)임 미국에서 Medicare 지불을 받으려면 SaMS 틀 안에서 코드와 지불 경로가 잡혀야 합니다.

남은 것들

생각해보면 좀 애매한 부분들도 있습니다.

  • SaMS는 치료를 포함하지 않는데, 치료 계획 최적화 혹은 radiotherapy planning software 같은 경우에는 경계에 위치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제품들이 어떻게 reimbursement를 받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 SaMD 제품의 인허가 여부와 SaMS 지불 가격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FDA clearance가 지불과 필연적으로 연계되는지, 무관한지가 문헌에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냥 부분집합 정도인 것 같습니다.
  • 예산중립성(Budget Neutrality)가 어떻게 될 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메디케어의 의사수가 지불 구조는
    • 지불액 = RVU (상대가치점수) * GPCI (지역보정) * CF (환산지수)인데
    • CF는 전국 단일 값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사회보장법 §1848(c)(2)(B)에 따라, RVU 변경으로 인한 지출 증감이 일정 기준(연 2천만 달러)을 넘으면 CMS는 CF를 조정해서 총액을 맞춰야 합니다.
    • 쉽게 말해서, 의료비 지출이 너무 과하면 전국에서 다 수가를 깎아버립니다. 여기에 구조적 문제점이 하나 더 들어가는데
    • CLFS는 RVU * CF 방식이 아니라 코드별 개별 가격표입니다. 총 예산의 증감 리밋이 정해져있는게 아니라 공산품처럼 한 건당 얼마 이렇게 무한한 청구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따라서 CLFS가 PFS로 편입되고, 그 증가 액수가 무시하지 못할 만큼(>2000만 달러) 커지면 전국적으로 의사수가가 깎입니다. (그리고 본인부담금도 없습니다.)
    • 결국 총량이 정해진 파이를 나눠먹는 게임을 하는데 플레이어가 추가된 것이지요. 좋게 말하면 이해관계자들의 상호 감시(CMS는 이를 투명성과 적정가치라고 부르네요)가 발생한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수가가 깎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요약하자면, 이제는 지불 단에서는 병리/영상을 구분하지 않고 알고리즘 분석이라는 큰 틀 하에서 단일 보상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는 CMS의 의지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