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액체 생검, 그리고 대장암
Post
Cancel

액체 생검, 그리고 대장암

논문 링크

들어가며

액체 생검(liquid biopsy)은 전통적인 조직 생검(tissue biopsy)와는 다르게 혈액으로부터 암 유전자, 특히 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검출하여 환자의 암 여부와 치료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입니다. 처음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할말하않…)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세워졌고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추세입니다.

말만 들으면 너무 좋아보입니다. 환자의 조직이 아니라 혈액으로부터 암에서 유리된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서 최소한의 침습적 검사만으로 암을 진단하고 치료에도 반영할 수 있다니. 새로운 의학이 아닐 수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1. 과연 이 액체생검이라는 기술은 정확한가?
  2. 이 액체생검을 모든 암종과 모든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가? 즉, 어떤 경우에 우리는 액체 생검을 고려해야 하는가?

이 논문은 2번 질문에 포커스가 맞춰진 논문입니다. 인류는 아직 신체, 혹은 하다못해 암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많은 질문들이 남아있고 이 논문은 이 중 하나의 질문에 대한 부분적 대답을 주고 있지요. 그러면 한 번 살펴봅시다.

Introduction

대장암은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봐도 수많은 사람이 걸리는 유병률이 높은 암입니다. 현재 대장암에 대한 표준적 치료는 수술이 메인이고, 암 덩어리나 조직검사로부터 얻은 조직을 병리학적으로 분석한 후 병기(staging)에 따라서 보조적 항암치료(adjuvant chemotherapy)를 수행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요. 문제는, 연구들을 통해서 3기 암 환자들에 대해서는 보조적 항암치료가 효과가 있지만 2기 환자들이 보조적 항암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연구는 논란이 많습니다. 그래서 2기인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만 보조적 항암치료를 하라고들 말하지만 고위험군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병리적으로 결정되고 매우 주관적 해석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의료 비용과 환자의 육체적,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정확히 어떤 환자들이 보조적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고 받았을 때 효과적으로 생존률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심지어는 떼어낸 조직에 기반하여 고위험군을 산출한다 하더라도 그 고위험군이 얼마나 위험한가? 에 대한 대답은 훨씬 위험하다가 아니라 조금 더 위험하다 정도인 수준이지요.

ctDNA는 액체 생검이라는 기술의 핵심 요소로, 혈액만을 사용하여 잔존 암이나 원발성 암을 찾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DNA의 한 종류입니다. 연구들에 따르면 암 치료 후 ctDNA가 발견되는 환자들의 80% 이상에서 재발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암에는 대장암도 포함되고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DYNAMIC (Circulating Tumor DNA Analysis Informing Adjuvant Chemotherapy)라는 임상 시험을 수행하였습니다. 먼저 대장암 2기 환자들 중

  1. ctDNA 발견에 따른 보조적 항암치료를 수행한 환자군
  2. ctDNA와 관련 없이 기존의 방법을 사용하여 보조적 항암치료를 수행한 환자군

을 나누어 실제로 재발률과 사망률을 분석하였습니다.

Methods

Patients, Trial Design

연구자들은 대장암 2기(구체적으로는 colorectal adenocarcinoma이며 resection margin이 negative인 T3 or T4, N0, M0) 환자들을 연구에 포함시켰습니다. 보조적 항암치료의 약물로는 oxaliplantin 기반의 약물이나 fluoropyrimidine 단독 요법을 사용하였고요. 또한 연구 등록 8주 이내에 흉부, 복부, 골반에 CT상으로 전이가 있는 환자들은 제외하였다고 합니다(개인적 견해로는 distant metastasis가 있으면 M1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제외한듯 합니다.). 몇가지 제외 기준(exclusion criteria)를 더 거르고 남은 환자들은 2:1의 비율로(ctDNA 결과로 향후 치료 결정 vs 기존의 임상병리학적 기준에 따라 향후 치료 결정) 연구에 할당이 되었습니다. 잠시 용어를 정의하고 갑시다.

  • ctDNA기반 치료군 : ctDNA 결과에 기반하여 향후 치료를 결정한 군
  • 표준 치료군 : ctDNA는 신경쓰지 않고 기존의 임상병리학적 기준에 따라 향후 치료를 결정한 군

ctDNA기반 치료군과 표준 치료군은 모두 임상 의사의 재량(discretion)에 따라 oxaliplatin 기반 약물 항암치료나 fluoropyrimidine 기반 단독요법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End Points and Assessments

연구자들이 관찰했던 첫 번째 목표 지점은(primary end point)는 2년 후의 재발 없는 생존 여부였습니다. 사망은 암으로 인한 사망 뿐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사망한지의 여부인 all-cause mortality를 관찰하였고요. 재발은 국소적 재발, 지역적 재발, 그리고 원격 전이까지 어떤 종류의 재발이건 다 재발로 간주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이 관찰했던 두 번 째 목표 지점(secondary end point)은

  1. 보조적 항암치료의 여부,
  2. 재발 없는 ctDNA-positive, ctDNA-negative 환자들의 비율,
  3. 재발에까지 걸리는 시간
  4. 전체적 생존률

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Results

Patient Characteristics and Follow-Up

(아래는 논문에서 몇 가지 내용을 생략하여 숫자가 맞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논문의 숫자는 정확합니다.)

총 455명의 환자가 연구에 참가했고 302명의 환자가 ctDNA 기반 치료군에 할당되었으며 153명의 환자가 표준 치료군에 할당되었습니다.

ctDNA 기반 치료군 환자중 289명이 ctDNA 기반 치료를 실제로 받았으며 이 중 45명의 환자들이 ctDNA postive 검사 결과를 보였습니다.

물론 환자들의 특성(demographics)는 거의 비슷하게 디자인되었는데 조금 흥미롭게도 ctDNA 기반 치료군에서 오른쪽에 암이 더 생기는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Efficacy According to Treatment Group

연구 종료 시점에 43건의 사망 혹은 재발이 관찰되었습니다. 2년을 관찰하면서 연구자들이 얻은 결론은 ctDNA 기반 치료군이 표준 치료군보다 2년 재발 없는 생존에서 열등함을 보이지 않았다, 즉 동등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Outcomes According to ctDNA Status in the ctDNA-Guided Group

ctDNA 기반 치료군에서 3년간 재발 없이 생존한 비율은

  • ctDNA가 음성인 군 : 92.5%
  • ctDNA가 양성인 군 : 86.4%

였습니다. ctDNA가 양성이면 당연히 생존률은 더 낮겠죠. 또한

  • ctDNA기반 치료군에서 보조적 항암치료를 받은 비율 : 15%
  • 표준 치료군에서 보조적 항암치료를 받은 비율 : 28%

로 실제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비율이 낮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Discussion

고형 치료암에 대한 검사 방법은 영상과 병리학적 방법밖에는 없었지만, 이제 액체 생검이라는 분야가 태동하는 중이고 저도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ctDNA 여부에 기반한 치료가 보조적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비율도 낮출 뿐더러(28%→15%) 표준 치료 방법에 비해 생존률과 재발률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더 열등하지 않다는 것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ctDNA 기반 치료법이 재발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켜 주는 것이냐 혹은 완치 판정에 있어서 도움을 주는 것이냐는 본 연구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2-3년이라는 관찰 기간으로는 완치 판정까지 판단하기에 짧긴 하죠.

신기한 것은 연구에서 3년 동안 관찰하면서 ctDNA가 음성인 환자들의 생존률이 92.5%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ctDNA 검사에 대한 특이도(specificity)가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관찰이죠.

마치며

ctDNA와 액체 생검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들리는 분야입니다. 정말로 피만 갖고 암을 검사할 수 있냐는 질문은 사실 액체 생검을 처음 듣는 의사 입장에서 말도 안되는 것처럼 들리지요. 하지만 점점 많은 연구들이 액체 생검과 ctDNA를 사용하는 방법론이 정확하고 효율적임을 알려주고 있고 모두가 예상하듯 암의 조기 진단과 재발 예측, 치료 평가 및 치료계획 수립 종양학 전반에 걸쳐 액체 생검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입니다. 저도 언젠가 공부하고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라 더 재미있게 봤던 논문이네요.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Needleman Wunsch 알고리즘

의료인공지능에 대한 개괄적 소개와 의료인공지능 사업에 대한 이해 - Part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