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공지능에 대한 개괄적 소개와 의료인공지능 사업에 대한 이해 - Part 2
지난 시간에는 의료인공지능의 개괄적인 소개에 대해서 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러한 의료인공지능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한국의 보험 구조에 대해 살펴봅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국의 보험구조
한국은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보험 체계를 갖춘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범적 보험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보험구조를 파헤쳐봅시다.
건강보험의 재원조달
건강보험을 운영하려면, 자본주의 국가 하에서는 재원의 조달이 중요합니다. 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는 크게 공적건강보험과 민영건강보험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공적건강보험
공적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건강보험의 재원조달이 공적인 측면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다시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사회보험방식
사회보험방식은 국민들이 갹출한 보험료를 기준으로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특히 이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강제가입의 형식을 띄고 있고, 대한민국 또한 이 사회보험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 조세방식
조세방식은 사회보험방식과 조금은 다르게,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을 바탕으로 보험급여를 제공합니다. 이로 인하여 의료의 사회화가 이루어지게 되죠.
이들의 차이점을 쉽게 말하자면 사회보험방식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세금이 존재하는 것이고, 조세방식은 따로 건강보험에 대한 항목이 없이 그저 세금을 다 걷어가서 그 중의 일부를 보험료로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조세방식은 영국, 스웨덴과 같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민영건강보험
민영건강보험은 공적건강보험과 반대로 국가가 의료보험에 대한 세금을 따로 걷어가지 않습니다. 반면 민간 보험사들이나 공제조합과 같은 사기관들이 건강보험에 대한 재원을 조달합니다. 물론,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임의로 가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 주도형, 민간 주도형 건강보험의 구조를 간략하게 살펴봤는데요, 이 건강보험들을 단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별로 민간과 공적인 측면들이 선택해서 혼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대부분의 국가들은 공급형태, 보완형태, 경쟁형태 이렇게 세 가지의 건강보험 제공형태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의료보험의 혼재
공급형태
공급형태는 공적건강보험이 일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그 일부 국민들은 공적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나머지 국민들은 민영건강보험이 급부를 제공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Medicare과 Medicaid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미국의 Medicare는 65세 이상 노령 인구에 대해 연방정부가 의료급부를 제공하는 형태이고, Medicaid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형태입니다. 나머지 해당사항 없는 국민들은 민간건강보험을 가입하게 되죠.
보완형태
보완형태는 공적건강보험이 모두 커버하지 못하는 항목들에 대해서 민간이 보완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이 바로 이 보완형태를 채택하고 있지요. 국민건강보험은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을 제공하지만, 교통사고와 같이 해당사항이 없는 경우에는 민간의 실비보험과 같은 서비스들에 국민들이 임의가입을 해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경쟁형태
경쟁형태는 말 그대로 민영과 공적건강보험이 경쟁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국민들은 이 중 아무것에나 임의로 가입할 수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가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거나 수술을 받을 때는 병원비가 압도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데, 교통사고에 대한 병원비는 왜이렇게 비싼 것일까요? 이는 바로 의료보험의 지급형태의 차이에서 오는 것입니다.
의료보험의 지급형태
의료보험은 결국 금전이 다양한 주체 사이에서 오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이 주체들 사이를 매개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 또한 중요합니다. 이러한 전략에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통합방식
통합방식은 말 그대로 의료기관의 소유자와 의료기관의 운영주체가 동일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즉, 국가가 병원을 소유하고 그 소유한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며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이는 이탈리아, 스위스, 그리고 미국의 일부 병원이 여기에 속합니다.
계약방식
계약방식은 단어로부터 알 수 있듯 보험기관과 의료기관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의료비에 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건강보험이 바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병원은 의료법인이나 개인이 소유를 하고 국가가 보험사를 운용하며(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공단과 병원(의료기관)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방식은 보험기관과 의료기관이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보완형태를 유지하는 국가에서 시행되곤 합니다.
보상방식
보상방식은 쉽게 말하면 우리가 간혹 접하는 pay-back 제도와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피보험자(환자)가 의료비를 의료기관에 지불하고, 보험사가 사후에 그 의료비의 일부를 다시 피보험자(환자)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이죠. 바로 여기서 교통사고의 의료비가 비싼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와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보상방식이 채택되기 때문에 실비보험사와 같은 회사에게 의료비를 되돌려 받기 전에 일단 환자는 돈을 의료기관에 먼저 지급하곤 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한국은 거의 대부분 계약방식과 보상방식으로 의료비의 순환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이 중 게약방식을 그림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먼저, 고용주가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에 지급합니다.
- 또한 국민들도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에 지급하게 됩니다.
- 그런 다음 세금을 통해서 국민들은 정부에 다른 명목으로 세금 납부도 합니다.
- 정보는 국민건강보험에 세금의 일부를 지원합니다.
- 정부는 또한 보조금을 통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의료급여를 지원합니다.
- 보훈병원과 같은 공공의료시설에도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 환자들은 병의원에 방문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본인부담금이라는 항목, 즉 병원비를 지급하게 됩니다.
- 국민건강보험을 이러한 환자들의 방문과 치료에 대해 다시 병원에 금전을 제공하게 됩니다.
이러한 flow로 의료보험의 순환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여기서 한국의 조금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수가라는 것입니다.
수가와 삭감
의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장 그 분들이 싫어하는 것이 삭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삭감이란 무엇일까요? 삭감이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판단하기에 부적절한 의료행위라고 사료되는 건에 대하여 수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까 위의 그림을 다시 살펴봅시다.
우리는 1에서 8까지의 흐름으로 의료비의 순환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삭감이란, 이 중 8을 지급하지 않아 병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이 행한 의료행위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삭감은 웹툰에서도 다룰 정도로 의사들의 공감과 반발을 사고는 하죠. 이는 웹툰에서만 나오는 어떤 해학이나 풍자가 아닌 실제입니다.
이국종 교수님도 이러한 삭감을 지적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삭감은 의료비 통제라는 명분 하에 시행되지만 동시에 의료진의 의료행위에 대한 자율성을 심각히 침해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삭감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일까요?
진료비 지불방식
이번에는 이러한 삭감이 어떠한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료비 지불방식을 살펴봅시다.
행위별 수가제
행위별 수가제는 단어가 말해주듯 행위에 따라 수가를 메기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즉, 의료공급자(의사)의 각 행위마다 수가를 메기는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서비스 행위 하나 하나에 대한 금액 산정이 다 되어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의 장점으로는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진료를 수행하는 행위 하나하나에 대해 금액이 산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공급자와 소비자(의사와 환자)가 쉽게 동의할 수 있고, 의사는 행위를 할수록 보상이 커지기 때문에 의료접근성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의사의 자율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는 의료비 통제의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요 의료비 지불방법은 행위별 수가제입니다.
묶음지불제
묶음지불제는 몇 가지 행위를 한 보상 단위로 묶는 방법을 지칭합니다. 대표적 예로는 포괄수가제(DRG; Diagnosis Related Groups)가 있습니다. 이러한 묶음지불제는 해당하는 질환군에 대한 진료 및 치료를 하나의 보상 단위로 묶었기 때문에 행위별 수가제에 비해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은 진단 및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수익을 최대화하려고 하며 따라서 진료비 감소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묶어서 보상을 하는 방법은 싼 재료, 싼 시술 등과 같은 선택지를 피할 수 없고 이는 과소진료로 이어집니다. 즉, 의료의 질이 저하되게 되는 것이지요. 대한민국은 7개의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 안과 : 백내장수술
- 이비인후과 : 편도수술
- 외과 : 항문수술(치질 등), 탈장수술(서혜부 및 대퇴부), 맹장수술
- 산부인과 : 제왕절게 분만, 자궁 및 자궁부속기(난소, 난관) 수술(단, 암 제외)
이외에도 인두제, 총액계약제, 총액예산제 등의 방법이 있지만 이들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살펴보지 않기로 합니다.
그러면 의료인공지능 제품만 만들면 다 수가 책정이 되는 것일까요? 만약 의료인공지능 제품을 만들어서 수가를 주려고 하면 어떤 지불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까요? 다음 글에서 살펴봅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