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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공지능 오마카세 Week 4 - ChatGPT와 의료

ChatGPT와 의료

2022년 말경 출시된 ChatGPT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용 예시들을 쏟아내고 있고, 대학이나 과학계 및 학술계에서는 ChatGPT를 사용해라, 사용하지 말아라, 권장한다 등의 중구난방 지침들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지요. 오늘은 오마카세 번외편으로 ChatGPT와 의료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을 좀 풀어내보도록 하게습니다.

우리가 알파고로부터 배운 것

제가 이전 시리즈에서 적었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절대 의사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게 확신합니다. 단순히 몸을 쓰는 술기들이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판독 보조 도구로조차도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판독을 대체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비둘기도 영상의학과 및 병리과를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지난 글과는 다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보자면, 2016년의 알파고 사건이 의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알파고 직업 대체]로 구글에 검색을 한 결과 가장 상위에 노출되는 기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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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의 첫 번째 기사
    • 한국고용정보원은 일반의의 94%가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 두 번째 기사의 인용
    • 가트너는 2018년이면 300만 명 이상의 직원이 ‘로봇 상사(Robo-boss)’의 감독 하에서 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포함한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반해 새로 생겨나는 직업은 210만 개에 불과하다고 예측됐다.
  • 세 번째 기사의 인용
    • 박가열 연구위원은 “올 초 다보스포럼에 나온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 직무 대체는 2020년 전후에 시작된다”면서도 “단순 반복적인 과업(Task) 중심으로 대체되는 것일 뿐 여전히 중요한 의사결정과 감성에 기초한 직무는 인간이 맡게 될 것이므로 막연히 일자리의 소멸을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이어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담당하게 될 직무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를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라며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의 열매를 사회 전체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네 번째 기사도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합니다.

자, 2016년 3월 알파고 대국 이후로 7년이 지났습니다. 우리의 삶에 인공지능은 어떻게 침투했나요? 의료에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침투했나요?

저 사진 바로 아래에 2023년 1월 29일 출간된 기사가 또 있습니다.

  • 기사 발췌
    • 생성 AI가 대중화되면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 늘고 있다. 콜센터 상담 직원, 사무원, 프로그래머, 기자, 회계사, 통역사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뿐 아니라 의사, 약사, 변호사, 리서치 통계 연구원 등 전문직까지 위태롭다는 관측이 나온다. AI가 맥락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논리적으로 복잡한 내용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16년 기사들과 소름돋도록 비슷한 말을 하는군요. 우리는 알파고로부터 배운 교훈이 없습니다.

ChatGPT에게 물어보기

이번엔 정말 인공지능이 전문직을,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ChatGPT에게 물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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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ChatGPT 자신은 인공지능이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네요. 이번엔 다른 질문을 해 봅시다. 폐암 검진 사업에서 쓰는 국제 가이드라인인 Lung-RADS 1.0 버전과 1.1 버전에 대한 차이를 물어보겠습니다. (참고로 2022년에 신간이 나왔지만 ChatGPT는 최신 가이드라인은 학습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2019년에 나온 1.1 버전과 2014년에 나온 1.0 버전을 비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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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충격적이고 실망스럽습니다. 충격적이라는 것은 Lung-RADS 1.0과 1.1의 차이를 상당히 그럴싸하게 설명헀다는 것이고, 실망스럽다는 것은 거짓 정보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Lung-RADS 1.0에서 1.1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몇 가지 부분들이 바뀌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Lung-RADS 1.1에는 Categroy 5라는 범주가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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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가 아직 의학적 문맥을 읽고 해석하는 것을 하는 것은 차치하고, 단순히 사실을 학습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 사례

의학 3대 저널 중 하나인 JAMA에 이런 연구가 올라왔습니다. ChatGPT에게 심혈관 질환 예방 조언을 물어보는 연구였는데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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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은 의사가 보기에도 적절하지만, 아직 의사가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답변들도 있네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런 글을 쓰면 글의 말미에는 거창하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특별히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싶지도 않고요. 다만, 다음과 같은 말은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 과학이 요리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신선한 상추를 재배하는데 전문가이고, 어떤 사람은 날카로운 칼을 만드는데 전문가이고, 어떤 사람은 식당 경영의 전문가이고, 그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요리사는 손님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스스로의 요리에 대해 연구하고, 식당 경영에 대해 고민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수용하여 개선하는 사람이겠죠. 인공지능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누구는 도메인 전문가, 누구는 알고리즘 전문가, 누구는 제품화 전문가, 누구는 인공지능 회사의 경영인 등으로 다양한 역할이 있을테지만 결국 좋은 연구자는 이들을 조화롭게 융화시키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ChatGPT라는 기술은 단순히 좋은, 벼린 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첨예한 칼이 새로 나왔다면 좋은 요리사는 그 칼을 중식, 일식, 양식, 한식 중 어디에 쓸지를 고민해서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칼의 단단함과 날카로움에 매몰되어 요리를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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